2016
윤동주문학관·청운문학도서관
시의 숲에서 느리게 걷다!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박물관과 전시관들이 존재한다. 국보나 보물 그리고 지역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국립이나 시립박물관은 물론이고 하나의 주제로 조성된 개인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박물관을 찾아가본다. 이번호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과 청운문학도서관을 찾았다. 글ㆍ사진 | 임남숙기자 sang@prin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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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인 서시. 우리 역사의 암흑기에 시를 쓰며 민족혼의 불씨를 되살렸던 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1909~1988)의 집에서 문우 정병욱과 함께 하숙생활을 했다. 당시 시인은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는데, 이때 십자가, 또다른 고향, 별 헤는 밤 등의 대표작을 썼다. 그런 인연으로 종로구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윤동주문학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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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처럼 밝은 아이

차디찬 일본 감옥에서 빛 잃다

19171230. 윤동주는 항일독립운동의 터전인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명은 해환. ‘해처럼 밝은 아이라는 뜻이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명동촌은 민족교육의 거점으로,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인 명동촌의 한인들은 선구자적인 의식으로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했다. 윤동주 역시 독립운동가인 외삼촌 김약연 목사가 세운 명동교회와 명동소학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민족의식을 깨우쳤다. 윤동주는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했으며,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유학 2년차가 되었던 1943년 윤동주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송몽규와 함께 조선독립운동이라는 죄목으로 일본 특별고등경찰에게 체포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됐다.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윤동주는 19개월하고도 2일 동안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고 급기야 생체실험으로 고초를 겪다 1945216일 만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조국 광복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수도가압장, 윤동주문학관이 되다

1960년대 서울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정부는 주택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1968년부터 1년 동안 32개 지구 15840가구의 아파트를 지었다. 금화아파트, 와우아파트, 낙산아파트 등이 이 시기에 세워졌고, 청운아파트도 같은 시기에 11557가구 규모로 청와대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계기로 1974년에는 높은 산지에 있어 수압이 낮았던 청운동 일대의 수압을 높이기 위해 청운수도가압장이 세워졌다.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2005년 노후화된 청운아파트가 철거되자 그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섰는데, 공원 일부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조성됐다. 이후 종로구는 2010년 인왕산 자락에 방치돼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윤동주문학관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외관과 뛰어난 공간연출로 호평을 받은 윤동주문학관은 201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무총리상, 2014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인 정지용 꽃과 같은 동주로 기억

윤동주문학관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시인 정지용의 글귀다. ‘()섣달에도 꽃과 같은, 어름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시인이 죽고 3년이 지나 출간된 시인의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문에서 정지용은 윤동주를 그렇게 기억했다.

문학관은 3개의 전시관으로 조성됐다. 1전시실은 시인채’, 2전시실은 열린 우물’, 3전시실은 닫힌 우물로 불리는데, 1전시실과 3전시실은 유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

 

1전시실 시인채

시인채는 시인의 순결한 시심을 상징하는 순백의 공간으로 인간 윤동주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1전시대-시인의 고향, 명동’, ‘2전시대-시인의 중학교 시절’, ‘3전시대-대학시절, 깊어지는 시심’, ‘4전시대-연희전문 졸업’, ‘5전시대-고뇌의 시간’, ‘6전시대-일본유학시절’, ‘7전시대-후쿠오카형무소’, ‘8전시대-시인의 죽음’, ‘9전시대-시인, 별이 되다9개의 전시대에는 윤동주가 살아온 자취에 따라 그의 사진, 육필원고, 그리고 시가 놓였다. 윤동주라는 이름이 지워지고 창씨한 이름이 대신 자리한 윤동주의 학적부와 함께 전시된 시 참회록은 그 행간에 시인이 못다한 얘기를 품고 있다. 참회록은 윤동주가 우리나라에서 쓴 마지막 시다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하략)

19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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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시실 열린 우물

열린 우물은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한 중정으로 조성됐다. 물탱크에 저장됐던 물의 흔적이 벽체에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퇴적을 느끼도록 해 준다. 중정으로 하늘을 열어놓은 제2전시실에는 낮에는 햇볕이 밤에는 별빛이 쏟아진다. 아무것도 전시되어 있지 않지만, 시인이 사랑했던 모든 것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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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시실 닫힌 우물

닫힌 우물은 또 하나의 용도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조성됐다. 침묵하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는 시인의 일생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이 끝나면 오른쪽 벽 위쪽 자그마한 구멍(?)에서 한줄기의 빛이 전시실로 새어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윤동주문학관은 일반적인 박물관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인 219에 불과하다. 관람하는데 채 30분이 걸리지 않은 이 작은 문학관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인 윤동주의 시가 주는 여운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인의 일생과 시세계를 담은 영상물은 상영시간이 11분에 불과하지만 그 여운은 하루종일 남는다. 이 여운을 안고 문학관 왼편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시인 윤동주

 

1917 1230일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 출생

1936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숭실중학교 자퇴, 용정 광명학교 중학부 4학년 편입

1938 법대, 의대를 원하는 부친과의 대립 끝에 연희전문학교 문과 입학, 송몽규, 강처중과 함께 연희전문 기숙사 생활 시작

1940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정병욱과 교류

1941 정병욱과 함께 종로구 누상동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 시작

1942 부친의 권유로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히라누마로 창씨 고국에서의 마지막 작품 참회록을 씀, 4월 릿쿄대학 문학부 영문과 입학

1943 여름방학중인 710일 송몽규가 교토 시모가모경찰서에 독립운동혐의로 검거, 나흘 후 귀향길에 오르려 차표를 사놓고 짐까지 부쳐놓은 윤동주도 같은 혐의로 검거

1944 윤동주와 송몽규는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치안유지법 제5조 위반(독립운동) 죄로 징역 2년을 언도받고 후쿠오카형무소로 이송

1945 216일 오전 336.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 북간도 용정 동산의 중앙교회 묘지에 윤동주 유해 안장

1948 유고 31편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란 제목으로 정음사에서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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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문학관을 따라 조금 올라가거나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왼쪽에 위치한 정자방향으로 내려오면 2014년 문을 연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의 16번째 도서관이자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이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한옥대상을 수상했다.

우선 1층 창작실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신발을 입구에 가지런히 놓고 문고리를 잡아당겨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창작실이 오른쪽에는 세미나실이 위치해 있다. 창작실에는 좌식 테이블이 있어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지하1층에는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문학도서를 위주로 약 1만여권이 소장돼 있는 일반열람실과 어린이열람실이 있다. 어린이열람실은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개방형 공간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고, 열람실 앞에는 카페가 있어 차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월간 프린팅 코리아 2016년 3월호 통권 165호    

 
 

  프린팅코리아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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