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적정가입찰제 도입이 시급하다
소득주도성장 성공의 전제 조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소득주도 성장, 기업과 가정이 양립하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16.4% 올랐으며, 주당 근로시간도 52시간 이하로 제한됐다. 정부가 중소 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위기감은 좀처럼 사라그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쇄인들은 적정가입찰제를 향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갑준 기자  
프린팅코리아  |  포커스


  

인쇄인들이 적정가입찰제나 인쇄단가표의 부활을 주장하는 이유는 생존과 직결된 절박함에서 기인한다.

조달청이 인쇄단가표를 공표하지 않는 지 십여 년이 흘렀다. 대부분의 거래가 인쇄단가표 이하에서 이뤄지고, 자율 시장 경쟁에도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취지는 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유증은 컸다. 시장가격에 대한 최소한의 잣대 역할을 하던 인쇄단가표가 없어지자 시장의 출혈 경쟁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아울러 최저가입찰제를 따르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수물량 발주는 출혈 경쟁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마지막 단가표가 발표된 이후 몇 년간은 약간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적용됐지만 그것도 잠시이고, 인쇄업계에는 냉혹한 결과만이 전달됐다.

원래 입찰은 철저히 갑의 입장이 반영되는 제도다. 특히 최저가입찰제에서의 갑은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을은 갑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생산성, 인건비, 운영비 등 시스템 전반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맞춘다는 것은 생산성이 아주 뛰어난 최고의 장비를 보유하거나 작업을 담당하는 직원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혹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담당케 하거나 고효율의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과 같다. 거칠게 말해 좋은 장비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인건비는 최소여야 한다는 뜻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업계 최고의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낙찰이 어려운 구조다. 아니면 최신 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 혹은 인건비의 합리화와 같은 타업체와의 차별을 전제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는 무부별한 시설 경쟁을 부추기거나 1인당 근로시간의 확대 혹은 저임금 구조의 고착화를 필요조건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낙찰 예정가격이 먼저 공개되지만,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는 그 가격에 대한 수정 건의나 문제제기를 전혀 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오히려 블랙리스트로 몰려 다시는 관련 입찰에 참여할 기회까지 박탈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자율경쟁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 된다. 이와 같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 정부나 공공기관 입찰 담당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싫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고 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관수물량의 인쇄단가는 아직도 시장의 잣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를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는 것처럼 건전한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 상향과 주당 근로시간 단축처럼 적정한 입찰제 도입도 분명히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특히 최저임금제 상향과 주당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피해를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처방은 종소상공인이 더 이상 갑의 위력에 눌려 피해를 받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가입찰제 시행은 그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선도하고 민간 부문에 확대

갑을문제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악습의 하나로 떠올랐다. 계약의 우위에 있는 갑이 상대적 약자인 을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업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소득주도 성장, 기업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핵심 축의 하나인 중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줘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소 인쇄업체는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당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는 가족과만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조적인 우려를 내뱉기도 한다. 압박은 많은 데 해결책은 뾰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체질을 개선하고 인쇄업계 스스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때 우려와 자성을 모두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주변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의지가 필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입찰 기준을 최저가에서 적정가로 전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적정가입찰제의 사회적 확산은 인쇄업계 적정단가를 지탱하는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인쇄업계 내 적정단가표 수립에 대한 논의도 훨씬 빠르고 구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쇄인들의 주체적인 자구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항상 정부와 공공기관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그런 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 마찬가지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간이 먼저 적정가입찰제를 포용하고, 이를 민간 범위인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하청, 재하청 구조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여겨졌던 을의 지나친 희생을 통해서는 소득주도의 성장, 기업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 건설은 요원하다. 경제의 가장 큰 대의인 건전한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도 적정가입찰제 시행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월간 프린팅 코리아 2018년 4월호 통권 190호    

 
 

  프린팅코리아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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